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번 선택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지, 점심 메뉴는 어떤 걸 고를지와 같은 가벼운 선택부터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사항까지, 선택의 경중은 다양하며 이러한 모든 선택의 결과가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 늘 옳은 선택을 하면 좋겠지만, 선택을 결정짓는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후회막심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경험해보았듯이 양심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의 기분이나 상황, 욕망에 따라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건강을 위해 체중감량을 하고 있는데 치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든지, 약속 시간에 늦어 신호위반을 하는 것 등.
그런데 이러한 잘못된 선택의 원인을 개인의 성향이나 상황이 아닌 진화심리학01적 측면에서 풀어낸 책이 있다. 바로 『클루지』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구석기 시대의 환경에 적응되어 있기에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필수적 심리적 기제가 현대사회에서는 필요 없거나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작용하게 되어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릴 때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요즘에는 뱀이나 거미에 물려서 죽는 사람보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거미나 뱀을 보면 더 두려워하고 혐오스러워한다. 또한 선사시대에는 새로운 동물을 사냥하거나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려면 목숨을 잃기 쉬웠기 때문에 인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행동하는 것을 꺼리도록 진화하였다.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렇게 조심성을 요구하는 유전자가 ‘새로운 도전’을 막는 장애가 된다.
이렇듯 과거에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심리 기제로 작동했지만, 현대에는 사람의 인생을 방해하는 과거의 유물을 이 책에서는 ‘클루지’라고 부른다. 생활 속에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몇 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면 진화학적인 측면에서 인간의 사고의 오류에 대해 파악하여 원인을 찾아보는 것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클루지를 인지하면서 그것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지 않고, 그동안 실수를 유발했던 익숙한 사고의 흐름을 역행해본다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클루지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13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중 마음에 와닿았던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대안이 되는 가설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과는 다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사고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는 틈틈이 이 방법을 사용하여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데, 그날 하루 자신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하나하나 기억을 되살려 그 상황과 그 사람에게 적합한 언행이었는지 되돌아본다고 한다. 만약 적합하지 않았다면, 다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조금 더 상대를 생각하고 화합을 할 수 있고 일이 잘 해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끌어낼 방안을 고민한다고 한다. 처음엔 편하게 자기 성격대로 상황을 마주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다른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타고난 성격이든, 진화과정에서 만들어진 유전자의 영향이든 상관없이 상황에 더 적합한 말과 행동을 선택하여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신의 충동을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복에 마트에 가면 과소비를 하므로 식사를 한 후 장을 보러 가는 것이다. 또한 수중에 돈이 있으면 금방 사용하므로 적금을 들어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순간의 충동에 휩싸여 있을 때보다 앞을 내다보고 계획하여 움직일 때 훨씬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한다.
내 지인 중 한 분은 좋지 않은 상황이나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그것을 극복할 기회가 계속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에 또 같은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계획한다고 한다. 그 후에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자기감정대로 대처하지 않고 앞서 계획한 대로 지혜롭게 상황을 처리해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니, 나중에는 똑같은 상황을 겪어도 마음에 분란이 일지 않고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셋째, 누군가가 나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누군가에게 해명할 필요성을 느낄 때, 더 노력을 기울여 관련 정보들을 더 자세히 분석하고 더욱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상제님께서 “신명이 먹줄을 잡고 있는데 네가 어찌 방심하느냐”(예시 67절)라고 타이르신 것처럼, 도인들은 항상 어디서나 신명의 수찰이 있음을 명심하여 암실기심하지 않아야 한다.02
넷째,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가 내린 결정을 어떻게 느낄지를 자문해 보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현재와 미래를 각각 어떻게 다루는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즉각적인 사고와 거리를 둔 사고,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사용하며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때, 지금 우리 마음을 지배하는 것에만 의존하여 결정을 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클루지』가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그만큼 현대인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반복되는 오류를 피하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좀 더 지혜로운 선택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수도의 측면에서도 매 순간 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하는 것은 나 자신이므로 사심이나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클루지’를 인지하여 결국 양심을 선택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척이나 겁액으로 인해 만들어진 보이지 않은 벽을 깨고 그다음 단계로 레벨업 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방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의지와 노력이 몇 곱절은 더 필요할 것이다. 오늘부터 수도라는 여정 속에 구석구석 숨어있는 클루지를 찾아서 조금 더 지혜롭게 수도할 방법을 고민하고 치열하게 하루하루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나가야겠다.
01 진화심리학이란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의 언어, 기억, 지각과 같은 심리적 또는 정신적 특성들을 유기체가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02 『대순지침』 p.28, p.39
출처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홈페이지 대순회보 2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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