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 BASIC

대순진리회 회보 - 따뜻한 얼음

대순진리회 Daesoonjinrihoe 2024. 1. 11. 16:18

얼음을 떠올리면 차갑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겨울의 얼음은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시인 박남준은 ‘따뜻한 얼음’을 말한다. 차가운 얼음을 보고 따뜻하다고 여기기는 쉽지 않다. 왠지 모순처럼 보인다.


  오래전 몹시 춥던 겨울 어느 날, 옷을 잔뜩 껴입고도 추워서 벌벌 떨며 길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춥고 얼음이 꽁꽁 어는데 물고기들은 겨울을 어떻게 살아낼까?’ 궁금해서 개울물의 얼음 밑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작은 물고기들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속에서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문득 학창 시절에 배운 과학 지식이 떠올랐다. 우리 세상의 거의 모든 액체는 온도가 내려가고 고체가 되면 분자끼리 서로 가까워져 부피가 작아지고, 액체 때보다 무거워진다. 그런데 물은 예외라고 했다. 물은 영상 4도까지는 마찬가지로 무거워지지만, 얼음이 되면 반대로 부피가 커지고 물보다 가벼워진다. 그래서 물을 유리병에 가득 채워서 냉동실에 넣으면 병이 깨지고, 얼음은 물 위에 뜬다 등.


  교과서에서 배웠을 때는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그날만은 이 원리가 새삼스레 감동으로 다가왔다. 얼음이 물보다 무겁다면 가라앉는 얼음 때문에 물속 생명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터이다. 하지만, 가벼워 떠 있기에 추위 가림막이 될 수 있구나. 한파가 거세어도 냉기를 막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있으니 강이나 호수의 물고기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는 거였다. 한기를 온몸으로 껴안은 얼음은 이렇게 생명들을 따뜻하게 품고 있었다.


  얼음의 따뜻함은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였다. 육 남매를 키우시느라 살이 없어져 얼룩덜룩한 거죽처럼 변한 거친 손등과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내면서도 자식들을 안아주시던 그 따뜻한 품. 덕분에 우리 육 남매가 별 탈 없이 웃고 뛰놀고 공부하며 성장할 수 있었음을.

 

그럼, 나는 어떤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겨울의 따뜻한 얼음과 같은 존재가 되어 준 적이 있었나? 차가운 얼음처럼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행동 하나로 누군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는 않았을까? 자연은 얼음을 통해 소리 없이 말하는 것 같다.


  “따뜻한 얼음 같은 사람이 되어라. 그래서 타인을 편안하게 해주어라. 그만큼 너의 마음도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거야.”라고. 박남준의 시 <따뜻한 얼음>을 읽으면 작은 생명조차 따뜻이 품는 얼음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출처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홈페이지 대순회보 272호